영화 <부러진 화살> 내멋대로리뷰


벼르고 벼르다가 드디어 보게 된 <부러진 화살>.

최근 불거진 서기호 판사의 재임용 탈락 사건, 이정렬 판사의 6개월 정직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증폭시켰다.
물론 이정렬 판사의 징계 이유는 '가카새키 짬뽕' 사건이 아니라, 재판부 합의 과정을 공개한 이유긴 하다. 그러나 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사법부 전반의 부패와 그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사회적 배경은 영화 <부러진 화살>을 탄생시켰고,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은 2007년 일어났던 김명호 교수의 '석궁 사건'에서 출발한다. 극 중 안성기가 입에 달고 사는 말, "재판이 개판"이 되어버린 현실을 그대로 옮겼다.  옳은 말하는 사람은 "꼴통", "희한한 놈"이 됐고, 이런 '괘씸한 놈'을 사법 권력이 나서서 단죄한다.말 그대로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인데, 실화가 바탕이란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당연히 분노할 수 밖에 없다.

이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영화 속에서 나오는 사법부의 태도가 열불터지고 어이없어서.
또 하나는 바로 이런 사법부의 모습이 현실과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해서.

2012년, 대한민국 국민 중 사법부가 진실로 정의를 수호하는 기관이라고 믿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 책에서도 대기업과 검찰의 밀월 관계를 폭로했었고, 잇단 사법부의 비리 사건이 터지며 국민들은 사법부를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게 됐다. 대법원에서 <부러진 화살>이 흥행 대박 조짐을 보이자 '대처 방안'을 배포했다는데 평소 그들이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신뢰받는 기관이었다면 이렇게 오버스러운 대처는 필요 없었을 것이다.

다만 이 영화를 보고 무조건적으로 김명호 교수를 옹호할 수는 없다. 영화는 영화니까.
하나의 흥미로운 팩트가 있었고 감독은 제작자의 눈으로 접근했다. 핫이슈를 다룰 때도 영화적 재미는 놓치기 싫은 것이 감독의 마음일 것이다. 연출이 가미된 영화를 '진실'로 믿어버리는 순간, 우리의 눈에는 콩깍지가 씌인다. 영화와 현실의 차이를 제대로 분간 못하고 MB의 명언을 되풀이할게 뻔하다. '내가 영화 봐서 아는데 그거 진짜야'.
 
이 영화는 법정 공방을 제대로 다루고자 했던 영화가 아닌 듯 하다. 진중권 씨가 지속적으로 제기하듯 영화 내용과 판결 내용, 실제 정황이 모두 약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뭘 말하고 싶었던걸까? 정당한 문제제기를 할 때도 판사는 어물쩡 혹은 무시하듯 넘어가고, 정황을 설명해보라는 피고의 날선 말에 검사는 "모르겠습니다"를 연발한다. 기억에 남는 여러 장면을을 꿰맞춰보면서, 어쩌면 이 영화는 권위의 상징, 사법부 자체를 조롱하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너네가 이렇게 행동하는데 우리가 너네를 믿을 수 있겠냐' 하면서.

극 중 김경호 교수를 맡은 안성기의 연기는 눈이 부시다. 고지식하고 타협을 모르며 지나치게 올곧아서 뎅강 부러질 것만 같은 성품이 그에게 꼭 맞는 옷처럼 어울렸다. 박준 변호사를 연기한 박원상 역시 지루할 뻔한 법정 씬에서 관객을 유쾌하게도, 때로는 속시원하게도 만든다. 두 사람의 연기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 <부러진 화살>은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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